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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 글] 너의 그릇은 그 물을 다 담을 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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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마스터의 길닦기] 너의 그릇은 그 물을 다 담을 수 있느냐? 웹 마스터의 길닦기

2007/07/08 03:48

복사 http://blog.naver.com/yimmj/110019579953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正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

일을 하다가 보면 마치 벽처럼, 아니 속도를 높여가면 느껴지는 공기의 저항처럼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게 되는 힘겨운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사람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사람이 가장 어렵다...

 
아주 오래전 기억을 되짚어보면, 사람에 한창 지쳤을 때, 마치 망명이라도 가듯 숨어지내던 곳이 인터넷이었다. 그 때만 해도 아주 적은(?) 사람들이 친절과 겸손과 열정을 다해 네트워크를 가꾸어가던 시절이었고, 이상향처럼 잘 가꾸어진 사회가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사람에 대한 희망을 되찾곤 했다고 기억된다. '사람'이 전공이고, '사람'에 모든 것을 걸고 그것을 파헤치는 것을 소명으로 삼던 시절, 네트워크는 차라리 쉽고 편안했던 것이다.
 
십 여년의 세월이 흘러, 순수한 취미와 관심이 어느 덧 직업이 되어버리고, 원시림처럼 아늑하고 비밀스럽던 네트워크 세상은 테마파크처럼 변신해서 온갖 번잡스러운 것들로 가득차 버렸다. 꿈도 많고 나름 열정적이던 청년은 지치고 의구심 많은 중년의 회의주의자가 되었다. 아직도 사람을 믿느냐? 한 때 영혼의 기둥처럼 받치고 있던 소신이 깊은 화두가 되어 돌아왔다. 경험이 지혜를 기르고 버티는 힘을 주는지는 몰라도, 맑고 투명한 눈과 곧고 바른 생각을 흐리는 건 틀림없는 것 같다. 새로운 소식은 '경탄' 스럽다기 보다는 '아연한' 동공의 확장을 가져온다.
 
지치고 지혜의 부족을 느끼면 옛 책을 뒤져 마음을 다듬으려 한다. 그나마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셈이 너무 빠른 이 곳'을 견디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팀 사부'께서 일갈하신 'Web 2.0'1) 도 하나의 브랜드로 치환되어 그 정신은 간데없고, '최신의' 또는 '새로운', '혁신적인'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선전문구로 퍼져나가고 있다.2) 누군가의 말 마따나 너무나 어지러워, '멈춰라. 나는 내리고 싶다!'고 외치고 싶어진다.
 
변화는 이토록 빠르건만 정작 '사람'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변화의 물결이 거세던 때에는 언제나 그 변화를 거스르려는 시도가 있고, 소극적으로는 그 변화에서 도망치거나 숨어버리고 싶은 소망을 품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웹 쟁이들이 머무는 이 바닥은 도대체 멈추는 법이 없다. 잠시만 딴 짓을 해도 바보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니 모두들 깊은 성찰 보다는 변화의 앞머리를 타고 내달리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재주가 웃자라면 그 열매에 독이 들게 마련이다. 옅은 지식을 밑천삼아 말을 휘두르다 보면 발 밑이 아뜩해지는 추락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어지러움 속에서 올바른 길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옛 성현은 물의 덕을 닯으라 하는데, 그 처럼 다투지 않고, 낮은 곳에 몸을 두고, 맑고 바르며 고요하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의 그릇이 이 물을 다 담을 만큼 넉넉하다면 좋으련만, 나는 쉽사리 어지러움에 마음을 빼앗기고, 쉬이 성을 내고, 공을 다투어 내것으로 하고픈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장식이 적고 꼭 필요한 것만을 채워 사람들을 이롭게 할 만큼 넉넉하고 생각 깊은 그런 '그릇'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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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웹 2.0에 대한 팀 오라일리의 정의에 관한 문서 : http://www.oreillynet.com/pub/a/oreilly/tim/news/2005/09/30/what-is-web-20.html
2) 도대체 '엔터프라이즈 웹 2.0'이라는 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심지어는 '마케팅 2.0'이라는 단어도 서슴치 않고 떠돌아 다니고 있다. 저주받을 지어다 개념의 사기꾼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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