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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21 [생각] 제한적 실명인증제 그리고 디지털 문화
- 2008/07/15 [말 한마디] 데이비드 오길비가 말하는 창조적 리더의 조건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의 몇 몇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인터넷의... 신뢰"라는 것을 "담보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 중 하나가 통칭 인터넷 실명제, 정확히는 제한적 본인 확인 제도라는 것이다. 본래의 취지는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과도하게 요구되어 유출의 위험이 높은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옥션의 해킹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그 결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익명성의 폭력이라고 지칭되는 무분별한 욕설, 인신공격, 악의적인 루머, 사실 왜곡 등이 인터넷 상에서 줄어들었다고 볼수 있느가? 더 근본적으로는 풍문, 루머, 악의적인 농담, 부풀려진 이야기, 근거없는 비방, 욕설 등이 인터넷 상에서만 존재하는 현상인가?
화장실 낙서라는 문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 화장실 뒷담화는 때로는 권력자에 대한 비아냥도 있고, 감춰진 욕구를 마구 쏟아낸 음담패설도 있고, 근거없는 비방이나 창작에 가까운 헛소문도 있었다. 그 이야기들이 화장실을 벗어나 공적인 장으로까지 올라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어서, 명예에 큰 손상을 입는 사람도 있었고 섬세한 감수성에 상처를 받아 적잖이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문화 현상이었고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시간부터 우리와 함께 있었던 소통의 한 방식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쿰쿰한 냄새를 풍기기는 하더라도, 그 이야기들은 애초에 감정적 배설을 위한 목적으로 갈겨쓴 글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화장실 낙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이에 대한 과민한 대응에서 시작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분기점으로 한 인터넷 미디어에 대한 최근의 대응은 진지한 정치적 의사표현과 소신에 찬 자기발언 뿐만 아니라 '화장실 낙서'까지도 수면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들은 인터넷이 미디어의 제도적 기능을 훼손하고 있다고 하는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고 있다. 그 시선 속에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수 많은 이야기들은 그저 시정잡배, 어중이떠중이의 불온한 낙서라고 단정짓고마는 생각의 편향성이 담겨있다.
한 번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도록 하자.
인터넷의 힘에 왜 신뢰가 담보되어야 하는가?
인터넷 매체가 언론이라고 불리우는 기성 제도의 영향력을 능가하는 징후들이 나타나면서부터, 그 징후들을 위험하다고 인식한 몇 몇 '어르신들'께서는 이 신생 매체의 불량스러움을 참을 수 없었던가 보다. 그들의 눈에는 이 위험한 매체가 법도 상식도, 교양머리도 없는 언터쳐블 불량 청소년처럼 보였던가 보다. 그들은 언론의 중립성, 객관성, 공익성을 근거로 인터넷 매체에게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언론이 중립적이라고? 객관적이라고? 공익을 우선한다고? ... 누군가 이렇게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광고와 기사가 구분이 되지 않는 이런 기사(읽어봅시다)를 무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모든 논란의 본질은 서로의 입장과 이익을 둘러싼 대립에서 싹을 틔우게 마련이다. 인터넷 매체를 둘러썬 새삼스러운 과민반응은 그 매체가 가리키는 어떤 지향점이, 그 발언이, 그것이 날라다주는 어떤 내용이 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 때문에 재갈을 물리고 싶은 것이라는 것이다.
어떤 제도가 사회적 문제를 일소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사회적 문제가 되는 현상들은 그것을 낳은 일정한 구조적 힘, 집단적 인식과 태도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비로소 올바른 방향으로 가닥을 잡게 마련이다. 인터넷 매체에 넘쳐나는 각종 불량스러운 언사들, 집단적 폭력, 삽시간에 번져버리는 놀라운 전파력의 파괴적인 힘, 익명성이라는 가면 뒤에서 얻어지는 가학적 쾌감 등등의 현상들은 한 두 가지 제도를 도입하고 위협을 가한다고 해서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디지털 문화는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개방적이고,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충실하며, 강한 결속과 전파력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올바른 길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집단 지성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다.
인터넷 매체에 신뢰를 요구하기에 앞서, 신뢰라는 것이 누구와 누구 사이에, 어떤 기준을 말하는 것인지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 듣기 거북하다고, 무질서해보인다고, 논리적이고 세련된 어법이 아니라고 해서, 그들의 입을 법규와 제도로 통제하려고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반인 셈이다. 언론의 자유는 불가침의 절대적 가치라고 동의하면서 어째서 인터넷 매체의 수 많은 목소리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려 하는 것인가? 인터넷 매체에 올바른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고 믿는다면,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여 자신들의 지위와 호칭을 떠나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한 명의 동등한 네티즌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라! 인터넷 실명제가 필요한 사람은 바로 당신들이다. 보도자료와 기사라는 제도화 된 소통의 틀을 벗어나 인터넷 매체 안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위엄있고 멋진 당신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한 지도자들의 모습을 통해 성숙되어가는 디지털 문화가 인터넷 실명제와 같은 유명무실하고 비효율적인 제도를 대신하는 그 날을 꿈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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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창조성이란 단어가 광고 업계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당시 우리는 어떻게 일을 했을까? 지금 이 페이지를 작성하는 나 스스로도 창조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 (데이비드 오길비 지음, 강두필 옮김, 다산북스) 중, 199p)
그럼에도 ogilvy-ism이라고 소개 된 그의 생각을 담은 목록 중에는 "창조적 리더의 조건"이라는 것이 있다. 그에게도 리더의 조건을 수식하는 설득력 있는 수식어가 절실했었던가? 어쨌거나... 그냥 "리더의 조건"이라고 했을 때에 비해서, 무언가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며 과감한 시도를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그러면서도 부하들의 존경과 사랑을 동시에 받는 멋진 지도자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진부한 수식어라 할지라도 꼭 필요한 경우에 사용하면, 알맞은 말맛을 불러낼 수 있는 마법을 지니고 있다고 새삼 느끼게 된다.
그가 말한 "창조적 리더의 10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높은 윤리 의식
2.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는 대범함
3. 스트레스와 실패를 뚫고 나갈 수 있는 패기와 쾌활함
4. 주어진 일만 꼬박꼬박 해나가는 것 이상의 명석한 두뇌
5. 밤새도록 일할 수 있는 능력
6. 매력과 설득력을 지닌 카리스마
7. 정통에 얽매이지 않는 창조적 혁신
8. 가혹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
9. 부하들을 열광적으로 매달리게 만드는 추진력
10. 유머 감각
몇 가지나 스스로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2번(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는 대범함) 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5번(밤새도록 일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서는 솔직히 이제는 자신감이 없다. 2년 전만해도 5번에 과감히 Yes!라고 했을 것이다. 7번(정통에 얽매이지 않는 창조적 혁신)에 대해서는 "정통"이라는 표현이 말해주는,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확립된 체계'라는 것이, 우리가 일하는 세계(웹 에이전시)에 확고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모호하게 얼버무릴 수 밖에 없다고 느꼈다. 최근에 나는 9번(부하들을 열광적으로 매달리게 만드는 추진력)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이 들어 힘들어했다. 나머지 여섯개 정도는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 ^^
이 모두를 갖추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때때로 이 기준을 가지고 스스로를 돌아 본다면, 좀더 즐겁고 열정적인 일터를 일구어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지금, 나는 오길비의 충고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의 이런 말에 용기를 얻는다. ^^
"훌륭한 크리에이터들 중 온화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들은 심술궂은 이기주의자들이며, 일반적인 조직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 대목을 읽고 나는 책의 속지에 이렇게 썼다.
"오길비의 글에서 용기를 얻다. 내가 지향하는 바를 그는 50년 전에 실천에 옮겼다. 그가 성공했듯이, 정직한 창의성으로 뜻을 이룰 것이다. (2008.07.08)"
그의 말로 나의 괴팍한 성격을 변명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죽어가는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는 냉철한 눈과 정확한 손을 가진 의사이지, 인간적이고 따스한 마음을 가진 의사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인간적이기도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만서도, 일의 현장에서 너그러움은, 때로 사람들 전체를 수렁으로 빠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차갑고 정붙이기 어렵다 하더라도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과감히 이끌고 가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할 뿐이다.
오길비의 조언은 모두 하나 하나 음미해볼 필요가 있는 명언이지만, 특히나 리더의 첫째 조건으로 높은 윤리의식을 꼽고, 마지막으로 유머 감각을 양념삼아 보탰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 두 가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우리의 일터에서 이 두 가지 만큼은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게 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이 열 가지를 두루 갖춘 창조적 리더들을 한 가득 길러내고 싶은 소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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