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느리게 걷기’가 허락되지 않는 세상

인터넷 세상 속에선 무엇이든지 빠르다. 

‘실시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무엇이든지 순식간에 나타나고,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긴 호흡의 생각과 통찰은, 머물러 있지 못하고, 눈길을 받지 못하고, 쉽사리 잊혀져 버린다. 
찬찬히 무엇인가 얘기할라 치면, 삽시간에 눈과 귀를 빼앗는 색다른 이야기에 금방 파묻혀버린다. 
“웹 2.0″의 시대라는 이야기들이 넘쳐날 때, 세 가지 키워드는 분명히 ‘참여’, ‘공유’, ‘개방’이었다. 
이 명제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함께 한다는 것, 나눈다는 것, 열려 있다는 것… 
이렇게 해석했다면 너무 이상주의적 시선이었을까?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은 언제나 ‘권력’이 결정했다. 
그런 이유로 ‘힘’이 중요했고, ‘칼’이 세상을 지배했고, ‘수사법’과 ‘법률’, ‘군대’와 ‘정치’, ‘경제’와 ‘언론’이 세상을 뒤덮는 힘이었다. 그것들이 우리의 삶에 ‘가치있는 것’의 좌표를 찍어두었다. 돈을 벌어야 한다고, 잘 생겨야 한다고, 말을 잘해야 한다고, 지식이 많아야 한다고, 세련된 매너를 익혀야 한다고, 힘을 가져야 한다고… 
모두가 그 가치를 향해 달려갈 때, 잠시 멈추어 서거나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일은 위험해진다. 무엇이든지 빨라야 한다고 얘기되는 세상에 ‘천천히’ 생각해보거나 ‘느리게’이야기 하려는 욕망이 있다면, 무시당하고 잊혀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 
모두가 목소리를 높혀 이야기할 때, 찬찬히 하나 씩 되짚어 보며 이야기 해볼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고 생각했다. 의문을 제기하고, 반대 방향을 이야기 하고,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 나누고, 열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생겨난다고 믿었다. 
대화(dialogue)는 ‘상대방’을 전제로 하는 이야기이다. 상대가 들어주고, 반응하고, 물음을 던지고 할 때, 비로소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는 의미의 ‘대화’가 성립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리 높혀 이야기하는 것은 대화의 방식이 아니다. 
사람들이 ‘광고’를 재미있어 하면서도 본능적인 염증을 내비치는 까닭은, 광고의 이야기가 본질적으로 ‘바라는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조작된 이야기‘라는 걸 대다수의 사람들이 깨우쳤기 때문이다. 하루에 접하는 광고 메시지가 모두들 일정한 크기의 소리를 낸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아마도 잠실 야구장 속에 들어앉아 평생을 사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그 뜨거운 열기가 때로는 멋지게 느껴지긴 하겠지만, 우리에겐 잘 인식되지 않는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블로그가 매력적이었던 건,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파워 블로거’라는 무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퉁할 것 같은 몇 몇 사람들을 만나 한가로운 농담같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방법에 대해서 엿듣기도 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동네의 이야기을 귀동냥하며, 소박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인 홈페이지가 한 때의 추억과 낭만을 남기고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져 버렸듯, 우리에게 블로그는 목소리를 높여 방문자를 붇들고 떠들어야 하는 호객행위의 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다. 한정된 키워드로 검색되는 블로그 검색결과 페이지는 몇 몇의 영향력있는 소수의 포스팅으로 뒤덮여버리고 만다. 도저히 사업적 가능성을 못 만들고 빈사지경에 빠져버린 메타블로그들은 차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짐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제품 리뷰와 기획된 연예계 뒷담화를 앞면에 달아주고 있다. 그리고 슬쩍 끼워넣은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이름의 가치조작된 이야기들… 
올블로그에서 ‘블로그‘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결과가 이렇다. 

228,856건의 검색 결과 중 ‘아이폰/iPhone’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포스팅이 첫 페이지에 15개가 나열된다. (2009년 01월 29일 올블로그 : http://search.allblog.net/?keyword=블로그&view=issue&type=undefined
아이폰이 들어가지 않은 포스팅은 딱 5개가 있고, 그나마 아이폰/iPhone이 언급되지 않은 첫번째 포스팅은 “블로그로 돈이 벌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그리고 그 옆에 “또 다른 블로그 스피어의 이슈”라는 제목을 가진 오른쪽 글 목록엔 “iPad/i PAD의 상표는 이미지 후지…”, “아이폰/스티브잡스가 걸어온 길”, “아이패드/스티브잡스가 걸어온 길”, “애플/연락처에 아바타 그림을 추…” 이런 제목과 기사 목록이 뜬다. 아무리 아이폰(iPhone)과 아이패드(iPad)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야기라고 해도, “블로그”라는 광범위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검색 결과 페이지를 이렇게 독차지 하고 있는 현상이 그리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올블로그의 가난함이 이런 결과를 낳았겠거니 생각하니 서글픈 생각이 밀려온다.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는 서비스는 지속될 수 없다. 여러 블로그의 이야기들을 엮어내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가치를 재화로 벌어들여야 하는 서비스 채널의 입장으로서는 당연히 이런 유혹과 함정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현혹에 의연하려 생각하는 순간, 아마도 그 서비스는 조만간 서비스 중지 사과문을 내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인터넷 세상에도 밝은 빛이 비쳐지는 ‘주목받는 곳’과 알려지지 않은 ‘그늘진 곳’이 공존한다. 하지만 이 열린 소통의 장에 나선 이유가 누군가와 만나고, 이야기 하고, 나누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그 소수의 사람들…, 느리게 걷고, 조근조근 이야기하고, 자신의 세계를 지켜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 하지 않을까? ‘블로그’라는 공간이 그런 아담한 세계가 지탱되는 곳이라고 믿었다면… 아직도 나는 이상적 낭만주의자에 불과한 걸까? 

[진단] 미디어화 하는 블로그에 대한 시선들(1) – 기업

블로그는 마케터들에게 ‘딜레마‘가 되고 있다. 거의 모든 마케팅 담당자들은 모든 미디어 중에서 가장 성장속도가 빠르고 구매행동에 미치는 영향력도 큰 블로그를 주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 많은 블로그들에 쏟아지는 콘텐츠들의 주역인 ‘블로거’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해야 하는지는 아직 정형화된 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블로거’들을 기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기자회견과 같은 형식을 갖춘 만남의 장에 관련 분야의 파워 블로거들을 초청하기도 하며, 자사의 뉴스 소스에 대해 꾸준히 보도자료를 제공하기도 하고, 취재 대상이 되는 제품이나 관련된 행사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기 위한 배려[footnote]Press Card를 내주거나, 리뷰용 시제품 등을 보내주는 일 등[/footnote]를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은 어디까지나 국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예외적인 사례일 뿐이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아직도 ‘할 얘기가 너무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브랜드와 상품, 기업과 회사 사람들 (특히 대표자들)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쏟아놓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은 그 결과가 ‘측정 가능’해야 하고, 언론에 실린 기사의 수와 지면의 크기에 따라 성패를 평가하는 습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그들은 기자와의 관계 설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소위 말하는 ‘기사거리’를 만들어내느라고 머리를 쥐어짜는 데 생각의 방향이 맞추어져 있다. 그들의 눈에 ‘블로거’들이란 ‘기자의 흉내를 내고 싶은 얼치기 저널리스트’로 보이는지도 모른다. 

모든 변화의 과정에는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잘 못된 방향으로 질주하는 ‘덩치큰 바보‘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대개 한 시대를 풍미하고 앞서 이끌었던 선도자였지만,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바로 그 힘에 사로잡혀 몰락의 길을 걷곤 한다. 기업들은 이 갈림길 앞에 서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들이 소중하게 가꾸어온 그들의 대화창구가 점점 외면당하고 있는 뚜렷한 징후를 발견하면서도, 그 움직임이 어떤 체계에 의해서 작동하는지를 아직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중파 방송국과 신문의 시청률/구독률은 서서히 미끄러지고 있는데도 기업의 광고 홍보 예산은 점점 증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브랜드를 앞세워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향을 선호하고 있다. 브랜드는 기업보다 자유롭고 각 브랜드마다 고유의 개성과 매력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감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취향에 더 알맞다고 보인다. 블로그는 이러한 브랜드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무대로서 알맞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는 상품이나 상징을 넘어선 ‘소통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 유용한 도구를 사용하는 데에도 아직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아직도 이야기 해야할 것이 너무 많은, 자기 할 얘기가 목구멍까지 차오른’피곤한 수다쟁이’ 역할을 내던지지 못하고 있다. 

기업 자체에 대한 이야기에 있어서는 더 상황이 좋지 못하다. 심하게 얘기하면 많은 기업들이 저 잘난 맛에 사는 ‘돈 많은 동창생‘의 이미지를 떨쳐내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공헌이니, CSR이니, 지속 가능한 경영이니 외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은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가릴까봐 어색하게 한 판을 내밀고 다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기업이 만약 그들의 이야기거리를 찾는 데에 조금더 충실하다면, 그들이 애써 결심하고 만든 기업 블로그(또는 다른 기업 커뮤니케이션 채널)를 좀더 유용하게 소통의 창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의 이야기는 언제나 궁금한 법이다. 전문직 드라마 – 온 에어, 베토벤 바이러스, 종합병원2, etc. – 에 대해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적인 이유는 그들이 살아가는 인간적인 삶의 현장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블로그가 꼭 대외적인 홍보를 위한 수단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 기업의 수 많은 내부 구성원들은 열린 자세로 소통할 수 있는 매개에 목말라 있다. 

블로그는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소통을 꿈꾸는 장이다. 스스로에게 열려 있고, 자신의 흉허물에 대해서도 여유롭고 유머러스한 태도를 가지지 못한다면, 이 거대한 소통의 무대에서 한 구석에 홀로 내던져저 있을 각오를 해야한다. 사람의 얼굴과 살가운 목소리를 가진 기업의 블로그를 꿈궈본다. 그를 만나는 날 나는 기꺼이 그를 위해 최고의 찬사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기업이 블로그의 장에 사람의 얼굴로 나타난다는 건, 가가멜이 하얀모자와 파란 분칠을 하고 스머프 마을을 찾는 것 만큼이나 어색하면서도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위해 손을 잡고 이야기 꽃이 피는 한 가운데 자리로 그를 안내할 것이다. 

[웹 2.0] 영상 저작물에서 아날로그적 소재의 활용

미디어가 폭발할지경으로 늘어나면서, 그 채널을 타고 흘러다니는 내용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UCC는 이러한 흐름 중에서도 이미 도도한 대세를 이루고 있는 변화의 중심에 속한다. 생산의 주체가 한정된 전문가 집단에서 벗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뉴스와 이야기거리,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데 뛰어들면서, 새로운 형식 또는 기존의 컨텐츠 생산 방식의 융합과 차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새로움은 과감한 시도만큼이나 설득력과 매력이 높은 것들이 많아서, 오히려 기성 미디어에서 UCC 스타일의 개성을 차용하기도 한다.

팝업북 형식의 광고 CF들이 많아진 것도 최근의 흐름이다. 디지털 영상의 현란함이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정체 현상을 보이면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 아날로그적인 소재인 종이, 찰흙, 천, 크레용, 블럭 같은 일상생활 속에 친숙하고 사람냄새나는 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영상은 복잡한 프로세스나 업무를 이해하기 쉬운 비디오 영상으로 만드는것으로 유명한 CommonCraft(http://www.commoncraft.com/)에서 제작한 영상물이다. 이들은 대체로 손으로 그린 드로잉과 가위로 오려낸 이미지들을 이리저리 옮기거나 더하고 빼면서, 복잡한 절차와 사용법, 서비스의 개념이나 장점, 비즈니스 모델 등을 시각화하고 있다.

Goolge Reader에 대한 다음 영상물을 보자.

이 비디오는 “블로그가 어쨌다는 건가? (What’s the big deal about blog?)”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블로그의 영향력에 대해 경이로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블로그가 미치는 변화와 이전 시기의 매체 환경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통찰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이 어려운 개념과 설득의 과정을 이들은 지극히 간단한 도표와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2분 58초짜리 짧은 영상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왠지 블로그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고 이 설명에 동원된 개념과 데이터가 전문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전문적인 내용을 일상어로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기법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쉽지 않은가? (영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요? @.@)

아주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기업의 전자제품이나 솔루션, 프로그램, 캠페인 같은 일정한 설명과 설득의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이러한 영상물들을 아주 가까이서 자주 만나게 될 것으로 생각이 된다. 미디어와 기술이 발전하면 할 수록 사람은 더욱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사람냄새가 나는 유쾌한 컨텐츠에 끌리기 마련이지 않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