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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 글] 사람을 키워야 살아남는다

사람을 키워야 살아남는다 웹 마스터의 길닦기 2004/06/21 00:40 http://blog.naver.com/yimmj/100003430767

십여년 전의 글이지만  여전히 이 푸념은  유효한 것 같다

어느 분야에서건, 성실하고 진지한 재주꾼들이 많아야 발전을 한다. 소위 말하는 ‘우수한 인재’라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서로 배우고 경쟁하며 새로운 가능성들을 열어젖히는 역동성이 느껴져야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든 일의 개척기에는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이 온 힘을 다해 그 바닥을 이끈다. 그들의 노력은 눈물겹고 온갖 전설적인 상흔들로 기록된다. 그리고 또 쇠퇴기에 접어든 무렵에는 진짜로 몇 사람만이 남아 쓸쓸히 닥쳐오는 ‘사라져가는 것들’의 퇴색한 영광을 부여잡고 있기 마련이다.

‘인터넷 시대’의 여명기, 그리고 10년

이 바닥은 어떨까? ‘인터넷’이라고 포괄적으로 지칭된 ‘신세기’에는 각 분야에서 한 가닥 한다는 재주꾼들이 모두다 이 곳으로 흘러들었다. 솜씨있는 편집자들, 재기 넘치는 기획자들, 새로운 실험정신으로 똘똘뭉친 마니아형 디자이너들, 만능해결사처럼 보이던 개발자들… 그들이 무리를 이루어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품… 그 거품이 꺼지면서 그들은 각자 자기의 길로 되돌아갔다. 인터넷에서 얻은 그 무엇과 또 씁쓸하 교훈 하나를 품고, 그들은 각자 자신이 속했던 분야를 살찌우러 되돌아갔다. 그럼 남은 이들은? 남은 이들에겐 화려했던 영광을 뒤로한 지리한 클라이언트와의 실갱이, 그리고 고독한 밤샘의 나날들이 주어졌다.

‘인터넷 버블’이라고 불리던 아찔한 추락이 남겨놓은 것들

어느 분야나 힘들지 않은 곳 없겠지만, 이 바닥은 지금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정말로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버텨내기 힘든 곳인지도 모른다. 거품처럼 화려했던 영광의 나날이 있었기에 견디기가 더 힘든 것처럼 보인다. 인터넷 강국을 만든답시고 여기저기 개설해놓은 사설교육기관들에서 붕어빵처럼 찍어내놓은 인력들 덕분에, 넘치는 사람 속에 질적인 발전은 점점 더 요원한 일이 되어버리는 것만 같다. 인기직종에서 ‘웹 디자이너’가 탈락한지 이미 오래이고, 스토리보드 한 두장 그려보고서 ‘웹 기획자’를 자처하는 젊은 친구들이 넘쳐나고 있다. 진정코 이 바닥이 이렇게 아무나 들락날락거리며 밥빌어먹는(?) 곳이 된 것일까? 고등교육받은 실업예비군들이 만만하게 찝적거려보는 학원가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하던 게 엇그제 같은데, 어느 덧 이 바닥도 만만해져버렸단 말인가?

제대로 된 체계와 방법론을 만들지 못한 어리석음

그러면서 한 편으로 반성을 한다. 제대로 방법론에 대해 고민하고 정리해보려 한 적이 있던가? 노하우라고 할만한 것들을 다듬어본 적은 있던가? 프로젝트 하나라도 성실히 처음부터 끝까지 분석해보고 복기해보며 성공 요인을 찾고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 애써보았던가? 어떤 사이트가 왜 좋은 사이트이며, 그 ‘좋음’을 가름하는 요소에 대해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확립시킨 잣대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하나 알고 있는 것이라도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고, 모르는 것을 묻고 배우려했던가?
이 바닥은 이렇다. 일주일 만에 제안서 내고, 열흘 만에 시안내고, 한 달 안에 오픈시켜야 하고, 덜 중요한 것들은 차차 채워나가고… 어느 분야에서나 최고 경지에 이른 장인들이 지켜내는 강박관념과 같은 완벽주의를 도무지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정하는 기준이 낮아지고, 대충대충 넘어가도 나중에 고치면 그만이지 생각하고 만다. 그러니 정리할 것은 또 무엇이고, 가르쳐야 할 비법이란 게 있을 턱이 없잖은가?

진흙속에 피어나는 연꽃같은 희망을 품으며

언제까지고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래서야 더 좋은 무엇이 나올 수가 없지않을까? 풍토를 바꾸어야 하고, 일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물론 ‘갑’이라 불리는 그들의 생각도 바뀌어가기를 진실로 바란다. 합당한 비용과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가치있는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졸속으로 지은 다리가 어이없이 무너저내리듯, 후다닥 해치워버린 사이트는 1년도 못가 다시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일을 하는 그들에게는 생각할 시간, 연구할 시간, 충분히 의사소통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도 재충전하고 발전할 자기계발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희망은 ‘사람’ 속에서 

사람이 자라나야 한다. 더 이상 재주있는 젊은 인재들이 ‘배울게 없잖아요’라는 말을 흘리며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문직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그에 합당한 전문지식과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자기 직업과 일의 결과물들이 만들어내는 ‘가치’라는 것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선배들이 스스로의 일을 경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를 보여야 재주있는 젊은이들이 진지하게 이 분야를 발전시켜나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