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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수몰민’이 된 싸이월드 세대의 상실

이 글은 얼마전 Facebook 포스팅으로 남겼던
‘디지털 수몰민’이라는 기사의 비유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을 다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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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말 ‘안녕’이라고 이야기해야 하는 건가, 싸이월드?!

기사 속에는 이 상실감에 사로잡힐 사람들을 가르켜 ‘디지털 수몰민’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고향을 잃어버린 것처럼 한 세대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 사라져버린 것이라는 이야기다.

디지털 기술로 이루어진 것들은 물리적 실체가 없기 때문에, 존속되기 위한 물리적 조건에 대해 둔감한 편이다. 우리는 언젠가 사진이라는 걸 폰을 통해서 봐야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앨범이라는 것을 인화된 사진들이 겹겹이 붙여진 두꺼운 사진첩으로 기억하는 세대는 진정한 아날로그 세대에 속한다고 할수 있다. 디지털 액자라고 부르는 게 없지는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책상에 올려두거나 벽에 걸어둘 액자를 필요로 하는데도, 정작 그 사진의 실체는 손쉽게 찍은 폰의 사진 라이브러리에 위태롭게 담겨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결코 해보지 않는다!

Google Photo가 알아서 잘 간직해주리라 믿고 있는 소중한 가족의 시간

디지털 세대의 삶의 흔적은 어떻게 보관되고 있을까?

사진뿐만이 아니라 최근 십여년 내외의 삶은 죄다 디지털로 변환된 기기와 서비스들에 의해 기록되고 보관되고 있다. 부지런히 일기를 쓰는 편인 내게도 일기가 디지털 파일 형태로 쌓여간지가 25년에 가깝다. 처음에는 디스켓에 저장된 한글파일이었다가, 2.5인치 미니디스켓으로 바뀐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문서였다가, 맥을 구입하고서는 Scrievener -지금도 최고의 글쓰기 편집도구라고 믿고 싶은-에 한동안 머물렀다가, iPhone에 홀딱 빠져서는 Momento 앱을 거쳐 DayOne에 정착했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파일들은 Dropbox나 iCloud, Google Drive 어디쯤에 알아서 잘 관리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한번쯤 이런 소중한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것을 생각해볼수 있을까? 삶의 흔적 (Lifelog)이 담긴다는 소셜 미디어들에 부지런히 사진을 올리고, 체크인을 하고, 단편적이나마 그때의 생각과 감정을 입력해두기는 하지만, 우리는 인생의 한장 한장을 담은 이 기록물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는 점점 둔감해져가고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 계정 데이터를 백업할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 서비스가 멈춘다거나 불완전하게 작동한다는 전제를 잘 안하게 된다. 2000년대 중반 쯤 소셜미디어 시대를 열었던 블로그, 트위터, 마이스페이스 (싸이월드 포함) 등에 남겨진 ‘삶의 흔적’은 이따금 생각이 난다고 다시 열어보기는 불가능에 가까운데도 말이다. 우리는 이제 옛 추억을 만나는 방식에 대해 더 목말라하면서도, 한 사람의 삶을 기록해두는 방식에 있어서는 어쩌면 더 빈곤하고 취약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낡은 일기장을 열어본다거나, 오래된 연애편지, 위문편지 같은 걸 발견했을 때의 묘한 감정의 일렁임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디지털 자아’라는 것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아직 우리는 이 자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사회적인 제도화가 더딘 관계로, 이렇게 속절없이 사라지는 ‘디지털 수몰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수 밖에 없는 셈이다.

1촌, 도토리, 미니홈피, 미니미, 배경음악 같은 단어들의 아련한 기억과 함께, 누군가의 20대가 누군가의 30대가 뭉텅이로 떠내려가버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