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메모와 스크랩, 생각의 씨앗

[생각의 씨앗] 글쓰기에 대한 갈증 vs. 생각을 벼리는 습관

해마다 ‘글을 써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자책을 해봅니다. 글을 쓰지 못하면, 생각은 제 갈길을 못 찾고 흐트러진 혼란 속에 두려움이 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늘 그 갈증을 느끼면서도, 글을 내놓은 것에는 게으름에 가깝게 불성실했던게 사실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글쓰기’를 사뭇 성스러운 의무로 여기면서도, 정작 세상에 글을 내놓는 건 몹시도 두려워했습니다. 열망도 큰 만큼, 두려움도 크기 때문에, 섣부른 글쪼가리를 내놓기가 꺼려졌던 까닭입니다.

무엇이 그렇게도 두려웠을까요? 어차피 읽어 볼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인 게 뻔한데, 세상에 한줌 무게도 더하지 못하고, 의미있는 변화를 일으키지도 못할텐데 말입니다. 두려움이란 핑계고, 어쩌면 그냥 게을렀던 건 아닐지 의심스러워하기도 했습니다.

군살이 붙은 몸을 어느날 문득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무뎌진 생각과 흐리멍덩한 눈이 갑자기 보기 싫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 때에는 꼭 ‘책읽기’를 채근하거나, 이제는 제발 글을 쓰자고 다짐을 해봅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담배 끊기나 몸 만들기처럼, 글쓰기도 한 해의 끝자락에 단골손님처럼 찾아오는 ‘새해 결심’ 같은 것이 되버리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벌써 12월이고, 한 해가 마무리되어가다보니, 문득 무언가 정리해보고 싶고, 의미있는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주억거리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던져놓다시피한 블로그 (www.ourdigital.org)가 생각나 열어보았습니다. 몇 달전에 모종의 설정 오류로 인해 블로그가 열리지 않았던 게 떠오릅니다. 그 때 이후로 한번도 손보질 못했던 겁니다.

반년이 다 되어서야 이 스크립트 오류를 고치고, 플러그인과 서식 설정을 바로 잡고 얕은 한숨을 쉬어봅니다. 이 블로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정신없이 넘어가는 하루하루를 생각하면, 이 빈 공간을 채워나갈 그 무언가를 위해 시간을 나누어 쓰기가 엄두가 안 납니다. 이 숙제 창고 같은 곳은 또 몇 달 드문드문 자조섞인 생각의 파편이 널려있다가 잠잠해질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하루하루 아무 생각없이 흘려보내는 건 아닙니다. 늘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생각을 다듬고 정리해가며, 무뎌지지 않기 위해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간간히 올리는 포스팅들은 그 안쓰러운 싸움의 흔적입니다. 그나마도 페이지로 운영을 해보자 한 것조차 몇 달 이상을 이어가지는 못했습니다.

미디엄을 개설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습니다. 글을 쓰는 연습을 하자, 조금은 가볍게 읽고 손쉽게 나눠 볼 생각을 담아보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시작을 하다보면 ‘쓸모 있는 무엇’을 나눌 수도 있겠지 하는 바램에서 만지작거려죠.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그 무게감은 더해지고 있고, 함부로 말을 보태는 것이 무책임한 것처럼, 해야 할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도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다가오는 한 해에는 ‘글쓰기’에 천착하는 시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고 다짐을 해봅니다. 생각을 단단히 만들고, 매끈하게 다듬는데 갈증이 큰 만큼, 그 허기짐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더 절실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보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