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9 22:25

[낙서] 살아가는 일... 별 일 아니더라 - Gymnopedie No.1

깊은 잠에서 깨어 현실감이 돌아오지 않는 여름 밤, 사람들이 오가는 사거리에서 커피를 마셨다.

거리의 사람들이 영화 속의 등장인물처럼 낯설게 눈에 와 밟힌다. 간 밤에 사납게 내리던 비가 땅의 열기를 식혀서인지 여름 밤바람이 시원하게 귓등을 스치고 지나간다. 하릴없이 거리의 네온들이 켜지며, 건물 뒤로 석양이 저무는 모양을 지켜보다가 문득, 사진을 다시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경이 한 프레임 처럼 마음에 자국을 남긴다.

하루 종일 현실감이 없었다. 가끔씩 나의 걸음걸이에 스스로 놀라곤 한다. 창밖으로 빗방울이 사납게 유리창을 두드리고, 바람이 좁은 창문 사이로 우악스럽게 몰려드는 소리를 들으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 피곤에 겨웠고, 명치 아래 두 마디 쯤에서는 이따금씩 비명을 지르듯 통증이 밀려왔다.

스스로에게도 잘 납득이 되지 않는 일들이 초현실주의 회화의 그림 속으로 빨려든 것처럼, 천정에서 백일몽이 커튼처럼 내리듯, 그렇게 일요일 아침이 시작되었다. 밤새 내린 비가 매달린 화단의 나뭇 잎사귀나, 차안에 실려온 홍성 파리 세 마리나, 하늘을 딱 반만 검게 물들인 비구름이나, 비구름의 반대켠에 선 푸른 하늘이나, 빗물을 머금은 보도블록 무늬나... 모든 것이 낯설고 야릇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이화여대 한 가운데 땅을 네모난 삽으로 떠낸 듯한 건물의 유리벽이나, 내 손에 쥔 i30 핸들의 촉감이나, 움츠러든 어깨와 커다랗고 슬픈 눈망울이나, 유리창에 비친 허허로운 나의 옆모습이나... 화사하게 빛을 내고 있지만, 어딘지 슬퍼보였다.

밤바람을 한 껏 삼키며, 커피가 머리 속을 오가며 현실감을 일깨우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살아가는 일... 그거 별 거 아니더라. 끝내는 혼자이고, 힘겨우면 기대고, 아프면 어루만지고, 힘들면 독백을 하듯 이야기 하고... 그러다 다시 끝내는 혼자일지라도, 그렇게 삶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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